한국의 문화콘텐츠 세계 명품브랜드로 -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조선왕릉 40기’ 등재
등록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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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우위선점 치열한 물밑전쟁
관광산업 등 다양한 시너지효과 기대
안동 하회마을ㆍ경주 양동마을도 추진
요즘 우리 문화계 최대 이슈는 단연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한꺼번에 등재되며 우리가 총 9건에 이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한 ‘세계유산 강국’으로 떠오르자 “대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뭐냐?”고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은 9건, 중국은 자그만치 38건…어느새 그렇게?
한국이 지난주 말 스페인 세비야로부터 타전된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소식에 축포를 터뜨리고 있는 시각에 중국은 자그만치 38번째 세계유산 등재에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는 9건의 세계유산(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등)을 확보한 데 비해 중국은 우리의 4배가 넘는 세계유산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던 것.
“중국이 어느새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38건이나 확보했을까”하고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땅덩이가 큰 나라이기도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야말로 향후 전 지구적 최고의 콘텐츠’임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극성스러울 정도로 이의 성사를 추진해 왔다. 아닌게 아니라 자국의 문화와 자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별도의 구구한 홍보와 판촉이 필요없는 ‘차별화된 프리미엄’을 갖게 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공인된 인증 하나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할 수 있는 명품브랜드로 보증되기에 각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거의 총력을 쏟고 있다.
즉 해당 문화유적이 문화예술 부문에서 최고의 공인인증을 지니게 되는 것은 물론, 문화서비스산업이나 캐릭터산업, 관광산업에서 무형 유형의 실익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자연유산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장 가보고 싶고, 가장 확실하게 믿을 만하며 가장 독보적인 차별화된 명승지”로 꼽혀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도의 경우 세계유산 등재 후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21.1% 늘었고 만족도도 9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앞으로 자연유산 등재로 인한 후광효과가 더 증대될 것으로 전망하는 제주도는 ‘자연유산 등재’ 카드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유산을 향한 중국 당국의 노력은 더욱 집요하다. 중국은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WHC 제33차 회의에서 거의 등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우타이산(五臺山)’의 문화유산 등재를 거침없는 국가 간 로비와 협상 등을 통해 관철시킨 바 있다. 특히 중국은 이번에 국가문물국(한국의 문화재청) 부국장을 포함해 60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을 현지에 파견해 대대적인 등재 로비활동을 펼쳐 우리 대표단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더불어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자국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외교 통로를 통해 다각적인 지원 활동을 벌인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을 지원하는 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점에서 확인된 것.
이번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세비야를 찾았던 한국 측 수석대표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현지에 와보니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각국이 벌이는 경쟁은 거의 전쟁에 비견됐다”고 말했다
▶37년 역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세 가지 타입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인류의 소중한 문화 및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1972년 제17차 유네스코 정기총회에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채택함에 따라 지정되기 시작했다. 이제 불과 37년이 된 셈이다. 물론 우리는 1995년부터야 이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으니 그마저도 늦었다.
세계유산은 세계유산위원회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한 세계 각국의 유산을 말한다. 크게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문화+자연유산)으로 분류되는데 이에 등재되면 단일 국가의 문화유산에 그치지 않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 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 유적,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에 이어 9번째다. 특히 이번에 조선왕릉 40기가 일제히 등재된 것은 세계가 조선왕조 유산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왕조처럼 왕조가 500년 이상 이어졌고 왕과 왕비의 능이 모두 온전히 남아있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제례공간인 종묘, 왕실 생활문화공간인 창덕궁과의 시너지효과로 조선의 궁궐과 왕릉에 대한 관광산업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조선왕릉이 왕릉에서 행해지는 제례의식 등 역사적 전통이 오늘에도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으며 조선왕릉 전체가 정부에 의해 통합적으로 보존 관리되는 점 등이 높이 평가됐다. 실제로 조선왕릉은 중국 등에 비해 현저히 보존이 잘된 편이다. 그러나 상당수 왕릉의 주변이 도시화와 인구증가, 주거지역 확장으로 완충 공간이 축소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네스코 측도 이 대목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한편 정부는 10번째 문화유산으로 안동의 하회마을과 경주 월성의 양동마을을 등재시키기 위해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두 마을은 한국 유교문화의 고유한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종족마을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종가와 사당이 있는 점이 높이 평가돼 내년 브라질에서 열릴 34회 WHC회의에서 등재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렇듯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세계가 벌이는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승자가 되려면 우리 민족의 소중한 유산인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죽은 유산이 아니라 ‘살아 꿈틀대는 유산’으로 만드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전 지구적 콘텐츠 경쟁시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도 우리 모두 세계유산에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d@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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