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산업 - 그 새로운 가능성을 묻다] 1. 프롤로그
| 등록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9-15 |
|---|
2009년 09월 14일 (월) 송정록
창조적인 사고가 지역의 미래를 만든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서 지역의 미래와 발전전략을 고민하는 시도들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분야는 전방위적이다. 공단이나 산업유치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프로젝트 유치까지 자치단체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 중 대표적인 사업이 문화산업이다. 자치단체들이 추진 중인 문화산업은 거창하게 산업이라는 표현을 쓸 것까지도 없지만 그래도 산업적인 맹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지역문화산업은 각종 축제를 비롯해 영화세트장 유치는 물론 각종 이벤트를 망라한다. 춘천에 조성 중인 문화산업클러스터는 그 완결편이다. 그렇다면 지역문화산업은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동력이 있는가. 또 발전가능성은 있는가. 한다면 문화산업을 주도할 주체는 있는가. 이 모든 고민들은 지역문화산업의 현재와 관련이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역문화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가능성을 짚어보는 기획시리즈 ‘지역문화산업, 그 새로운 가능성을 묻다’ 시리즈를 시작한다.
수도권 문화편중서 탈피 필요
전문인력·예산 확보가 ‘관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여름 휴가를 ‘남이섬’에서 지냈다. 윤 장관의 남이섬 방문은 이색적이다. 국내 그 많은 명소를 제쳐두고 한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 수장이 남이섬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남이섬 그 자체에 있다. 남이섬은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각광받으면서 연간 18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물론 남이섬측은 그 원동력이 겨울연가의 힘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변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남이섬은 겨울연가를 기반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면서 가장 성공한 관광지로 거듭 태어났다. 윤 장관은 남이섬 방문은 바로 남이섬이 지난 새로운 부의 창출, 새로운 가능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프로도 경제’다. 프로도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출연하는 주인공이다. 프로도 경제는 영화 활영지인 뉴질랜드에 미친 파급효과를 지칭하는 말이다. 순제작비 2억8000만달러, 마케팅비용 1억4500만달러를 제외한 순 이익이 24억4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은 이 영화 한편으로 뉴질랜드의 광고효과가 48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2만여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졌고 관광산업 매출이 연간 3.3% 증가하고 있으며 관광산업 매출만 38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관광객은 매년 5.6%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관광객 증가율이 1%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한 도시 재창조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함평나비축제와 보령머드축제는 이미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매김되고 있고 유명 영화 촬영장을 유치하기 위한 자치단체의 노력도 눈물겹다. 이제 유명 TV드라마에서 후원명칭에 자치단체의 이름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자치단체들은 애니메이션산업과 각종 영화제처럼 자치단체의 이름을 알리거나 돈이 된다면 앞다퉈 찾아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자치단체들의 이같은 노력의 결과물은 어떨까.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2007 문화산업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영화, 음악, 만화, 애니메이션, 출판 등 문화산업의 총매출액은 25조7339억5900만원. 이 중 서울에서 발생한 매출은 17조110억2900만원으로 전체 66.1%에 달한다. 경기도 4조2896억6200만원을 포함하면 서울, 경기에서만 문화산업의 82.8%가 이뤄진다. 강원도는 1556억원으로 0.6% 수준이다. 문화산업 관련기업수는 서울이 38.5%, 경기가 17.1% 수준으로 55.6%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소재 대기업이 문화산업의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화의 수도권 집중이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또한 문화분야에만 집중된 것도 아니다. 이미 수도권 집중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그 양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산업은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된 것이고 또한 새로운 대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불균등과 왜곡은 심각하다. 지역자본인 극장은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는 ‘CGV’같은 대기업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미 대도시에서 시장의 포화상태를 경험한 다국적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이제 춘천시를 비롯한 중소도시로 그 영역을 점차 확장해 가고 있다. 스타벅스는 그 자체가 커피전문점이 아니라 문화전파 혹은 문화매개자라는 점에서 중독성이 강하다. 한 해에 국내에서만 3000만잔 이상 팔리는 이 커피점은 ‘다방커피’의 ‘봉건적 잔재’를 없애고 커피점을 ‘서구식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하고 있다. 이제 지역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다국적 문화가 지역 토착문화와 경합하는 전장이 되고 있다.
수도권이 문화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뛰어드는 동안 지방은 너무 쉽게 그 자리를 비워주고 있다. 비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자본까지 제공하고 있다. 자치단체에게 돌아오는 것은 유명드라마 촬영이 지나간 뒤 남게되는 세트장과 골치 아픈 사후관리 등이다. 춘천시가 과거 영화마니아에게도 낯선 ‘청풍명월’이라는 영화의 ‘주교’를 1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설치해 주고 사후 관리에 애를 먹다 결국 철거해 버리고 만 사례는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춘천시가 수익배분을 포함해 그 영화에 조금이라도 개입할 여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지역문화산업은 따라서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지역문화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전국 주요문화예술회관은 자체기획한 프로그램이 연간 10편 남짓할 정도로 열악하다. 자치단체에는 문화 전문가들을 채용하는데 인색하다. 문화인력 양성도 요원하다.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전국적인 호응 속에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그 행사가 지역의 음악인들을 어떻게 양성하고 프로그램화돼 있는 지 알 수 없다. 전문화되지 못한 지역문화인력으로 인해 지역이 마당만 내주고 주인행세는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한 예산확보도 관건이다. 자치단체의 문화예산이 주로 창작 발표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창작의 기반과 활동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간접지원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예술가들에게 창작을 위한 연수와 체험의 축적,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기반조성 작업도 필요하다. 또한 예술가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의 개발도 시급하다.
문화의 수도권 집중은 어떤 형태로든 개선돼야 한다.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에 미술전시회의 80.8%, 양악공연의 73.8%, 국악공연의 61.9%가 집중돼 있고, 문화행사관람률 역시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민이 압도적이다. 이같은 문화적 편중은 문화적 상상력의 부재와 집중으로 이어진다. 물론 민선시대 들어 문화분야에 대한 투자는 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업의 대부분은 문화시설을 만들고 늘리는데 치중돼 있다. 건물위주의 실적주의가 문화 그 자체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 지방문화가 안고 있는 또다른 역설이다.
미국 대공황기에 루즈벨트 대통령은 연방미술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예술이 죽으면 모든 게 끝난다”고 선언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강력한 문화지원정책은 이후 화가와 조각가에게 직접 지원형태로 자금이 전달됐고 30여년이 지난 후 90배가 넘는 가치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칫 생활고로 예술의 꿈을 접을 뻔 했던 세계적 거장들이 이 프로젝트로 다시 예술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지방의 위기, 지방의 해체가 거론되는 요즈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 모멘텀이 문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역문화가 지역을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게 하는 전기가 되지 않을까. “지역 문화가 죽으면 모든 게 끝난다”는 선언이 귀에 아련하다. 송정록
| 다음글 | 뉴IT,기술이 미래다-사람의 감성까지 표현,디지털 휴머니즘으로 진화 |
|---|---|
| 이전글 | 80대 여성 다큐 감독, 필름에 ‘세상’을 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