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묵과 기술의 만남
| 등록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8-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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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과 기술의 만남
학창시절 미술시간마다 빼지 않고 나오던 이야기가‘여백의 미’이다. 그리지 않음으로서 생각과 자유로움을 채우는 아이러니라니, ‘여백의 미’는 어린 시절에 난해한 개념이었고 사실적이고 화려하게 묘사된 서양화가 훨씬 멋있어 보였다. 세월이 흐르고 해가 거듭할수록 화려함보다는 다양한 생각의 거리를 던져주는 여백의 가치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것은 선조들이 수묵화에 담고자 했던 정신적 가치였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수묵화의 의미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이다.
오는 9월부터 2달간 목포, 진도를 중심으로 개최되는 수묵비엔날레는 수묵화의 가치를 재조명하여 전통예술을 계승·발전시키고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2년여의 준비를 거쳐 올해 정식 개최된다. 다양한 수묵화 작품의 전시와 체험행사, 국제 학술회의와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될 예정이며, 최근 남북평화협력 기조에 맞춰 비엔날레 기간 동안 북한 작가를 초청해 작품 30여점을 전시하겠다는 뜻을 북측에 전하기도 하며 남북 문화교류로의 행사에 대한 기대감도 한 층 높이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전남의 수묵화는 ‘세한도’와 ‘추사체’로 잘 알려진 추사 김정희에게 사사받아 진도 운림산방에서 수묵화의 토대를 이룬 소치 허련, 남농 허건, 의재 허백련으로 이어지는 한국적인 남종화의 뿌리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비엔날레의 의미가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전남을 예향(藝鄕)이라 부르는 것에는 수묵화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수묵화의 이러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수묵화는 우리에게 재미없고, 오래된 것으로 취급되어 왔다. 경제적 성장과 함께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수묵과 미술이라는 고전적 소재는 아직 우리에게 친숙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시대에 전통 수묵화에 대한 관심과 소통, 공감을 비엔날레 행사를 통해 단기간에 이끌어 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특히나 스마트기기가 보편화된 지금에서는 수묵화가 가지는 정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짧고 자극적이며 역동적인 콘텐츠가 인기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수묵화는 흔히 정신예술로 불리울 만큼 정(靜)적인 성격이 강한 콘텐츠이다. 수동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콘텐츠와 소비자간 능동적이고 즉각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최근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수묵비엔날레가 전남도민을 넘어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성공적인 행사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맞춰 수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현대적 콘텐츠를 개발해야한다.
다행스럽게도 전라남도는 일반인들의 수묵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수묵화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ICT기술을 접목한 참여형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프레비엔날레에서는 가상현실(VR)공간에서 수묵화를 직접 그려볼 수 있는‘묵향 VR’로 일반인들은 물론 작가들에게도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으며, 올해는 ‘종이 밖으로 나온 수묵展’을 주제로 프로젝션 맵핑 기법을 이용해 행사장을 찾은 다수의 관람객들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수묵화로 그려진 애니메이션인 ‘민화유람기’와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체감형 콘텐츠‘수묵술래잡기’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매일 보는 사람도 때로는 어떤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기 마련이다. 종이와 먹, 흰 선, 여백으로만 논의되던 수묵화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국민과 전 세계인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오랫동안 준비해 온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길 응원한다.
오창렬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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