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는 문화산업의 '다크호스'
등록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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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그래픽스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본인에게도 놀랄만한 소식은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ILM(Industrial light and magic)의 아티스트 3명이 독립해 10여년간 굵직한 영화 VFX(컴퓨터그래픽스) 제작을 해온 오퍼니즈의 폐업 소식이다.
오퍼니즈는 2004년 한국 영화 ‘괴물’을 통해 디지털크리쳐 제작을 한국에 선보였고 그 외 ‘해리포터’ 시리즈, ‘아이언맨' 등의 주요 헐리우드 블록버스트 영화 제작에 꾸준히 참여한 업체다.
이런 중견기업의 퇴출은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지만, 반면교사가 되는 시사점도 던져준다.
오퍼니즈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영국 런던 소재의 MPC(The Moving Picture Company)의 경우는 오퍼니즈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본격적인 성장 단계 시기에 50여명의 아티스트와 40여명의 R&D 팀을 보유할 정도로 일반적인 컴퓨터그래픽스 회사와 인력구성을 달리했다.
이런 바탕으로 MPC는 위기속에서도 꿋꿋이 생존해나가고 있다. 생존의 비결은 CG 콘텐츠 개발에 핵심이 되는 기술을 자체 보유하는 것으로, 디지털군중(crowds), 털(fur), 동역학(dynamics), 라이팅(lightning) 등의 기술로 관련 업종을 선도하고 있다.
감독과 아티스트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서포트하는 MPC의 기술력은 ‘트로이‘, ’나니아연대기‘, ’포세이돈‘ 등의 영화에서 빛을 발했다.
이 외에도 문화산업에서 R&D의 중요 사례를 보여주는 예는 많다. ILM의 경우는 인접한 스탠포드 대학을 위시한 미국 캘리포니아 인근의 많은 대학들과 산학 공동으로 끊임없는 연구 개발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불행히도 외국 시각효과 스튜디오들과의 경쟁에서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괴물’과 ‘디 워’를 선두로 아시아 블록버스터 제작 경쟁에서 희망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점차 적어지는 영화 제작편수, 영화제작비 축소 등의 이유로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국내 컴퓨터 그래픽스 제작 산업군 전체가 고사할 위험에 처해있다.
그러나, 그 가쁜 호흡 속에서 작은 희망의 촛불이 켜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비록 그 빛의 밝음이 산업 전체를 밝힐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를 살아남게 하고, 향후 세계 영화시장에서의 주요한 주춧돌이 될 절대절명의 불빛이다.
그 것은 바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증대되고 있는 콘텐츠 관련 R&D 지원 사업들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관련 예산은 작년 대비 69%나 증가했으며, 2012년까지 6000억원 이상의 R&D자금이 투자된다. 세계 5대 콘텐츠 강국을 실현하고자 하는 장기적 마스터플랜도 수립됐다.
그동안 정부 정책이 변화한 속도에 비춰볼 때 가히 획기적이다. 생산단가 경쟁에서 개도국에 밀려 도태된 2D 애니메이션 하청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정확한 포석이라 생각된다.
또 이런 지원에 보다 정교한 전략이 동반돼 그동안 무수했던 장밋빛 계획 중의 하나가 되지 않기 위한 강력한 추진력 또한 기대해본다.
지금이 어려운 시기인 것은 맞지만 늘 어려움 속에 기회는 존재한다. 이럴 때일수록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시장을 일궈나가야만 한다.
이번 정부의 CT R&D 예산증액은 전 지구적인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다크호스'가 되기 위한 한국 문화산업의 히든카드가 돼야 한다. 이런 노력이 모아져 'Not Big! But Unique!'(크지는 않지만 독창적인)한 CG기술 개발로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와 나란히 하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한다.
이인호 (주)매크로그래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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