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네이버 화제의 웹툰 ‘현산아라리’ - 작가 정철
| 등록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0-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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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휴먼 드라마

정 철
現 스튜디오 <아작> 대표
前 청강문화산업대학 겸임교수
데 뷔 작 : 「곰탱이 존」(1999)
주요작품 : 「도구로 세상을 바꾼 인류역사 이야기 1,2,3」, 「사라지는 아이」,「에덴」,「청아청아 눈을떠라」등 다수
Q-1. 네이버 웹툰에 연재하신 ‘현산아라리’가 많은 관심을 받으며 완결되었습니다. ‘현산아라리’의 전체적인 방향, 줄거리 등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 현산아라리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흑산도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자아를 찾아 여행하고 있는 ‘하승’과 ‘유라’라는 두 여인의 성장드라마입니다. 흑산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개할 목적으로 제작된 만큼 스토리의 서사가 여행기의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한데요. 작가로서 제가 관심을 갖게 된 상황은 세상 사람들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서 ‘아, 저 사람은 남이다, 이웃이다, 친구다, 애인이다’ 라는 식으로, 어떤 관계의 선을 긋고 사는 거 같아서요. 어떤 이가 남이 아닌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속내를 털어놓는 과정이 필요한거 같구요. 그 속에서 두 여인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응어리를 풀어가는 이야기를 스토리로 만들어봤습니다.
Q-2. 현산아라리는 소재와 배경이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흑산도를 배경으로 한 이유와 드라마라는 장르를 차용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제가 만화로 흑산도를 그리려고 한 부분은 역시나 갔다와보니 한국에서 참 드물게 아름다운 곳 중 한 곳이구나 라는 것이었구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좀 알려보자라고 시작한 부분이었고, 그렇게 스토리를 짜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재도 여행기 형식이 되어버린 것도 있습니다. 또한 정약전 선생의 [현산어보]의 내용 또한 대단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책과 흑산도에서 들어온 민담이나 역사적 내용들을 조금씩 만화에 녹여 넣어보려고 공부하다보니까 더 애정이 생겨버렸습니다. 애정있는 곳을 표현하려니 욕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더 고생했죠.
Q-3. 만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만화만의 매력은 역시 상상을 구체화하기에 가장 편하고 저렴(?)하다랄까요? 영화나 드라마 혹은 게임을 크리에이터가 상상한 부분으로 구체화 시키는 데는 많은 재능있는 사람과 시간, 비용이 들어야 가능해지는 것 같지만, 만화는 생각보다 쉽게 구현가능한 점이 가장 크고 무서운 매력이겠지요. 작가혼자서 책상과 컴퓨터 한 대, 그림실력과 스토리텔링 능력만 있으면 어느 정도는 혼자의 노력으로도 가능한 경우이니까요. 또한 비주얼과 텍스트는 문학과 미술을 아우르는 예술성이 필요한 것이고 컷과 컷을 병치하는 만화만의 구성은 독자에게 연속적으로 개요와 관계를 상상하며 볼 수 있도록 꾸미기 때문에 표현된 만화보다 더 큰 상상을 독자가 구성해내는 매력 또한 있습니다. 거기에 웹이나 출판이란 대중적 소통로가 구축되어 있어서, 특정한 장소나 시간에 구속받지 않고, 편하게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점(요즘은 핸드폰으로도 쉽게 웹만화를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자신만의 방식은 오히려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바꿔말한다면 과학자나 공학자, 수학자나 어떤 전문직의 종사자들도 공부를 깊이 합니다. 깊이 있게 공부를 해야만 성취를 이룰 수 있고, 그 부분에 ‘전문가’가 되겠지요. 빵을 굽거나 머리를 자르는 일도 마찬가지로 그 분야에 만큼은 특별하게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경향입니다. 하지만 만화와 스토리, 아이디어를 찾는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넓게 공부합니다. 제가 현산아라리를 제작하기에 앞서서 한 공부는 ‘한국의 동식물’ 부터였습니다. 야생초, 해양성 기후, 물고기 백과, 갑각류, 무척추동물백과 등 무슨 해양생물학자같이 그런 잡다한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 시작이었고, 그 이후에는 정약전의 [현산어보]를 소개한 이태원 선생님의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정독한 후엔 다시금 흑산도를 직접 방문해서 그 지역주민과 3차례의 인터뷰와 견학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판을 깐다고 생각하고 제가 그 스토리를 구성하기위해 필요한 잡다한 지식과 경험(견학)을 계속 축적하다보면 한두가지의 가벼운 아이디어도 곁가지 치듯 풍성하게 열매를 맺어주는 것 같습니다.
Q-4. 웹툰을 연재하며 아쉬웠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주 2회 연재에 150컷 이상 분량을 준비한다는 것은 과욕이란 걸 알았습니다.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세로스크롤의 장대한 연출도 매회 넣어보려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만 욕심만큼 그리지는 못한 거 같습니다. 또한 흑산도의 정보면을 만화 매회마다 구성해 넣었는데 그게 되려 회차를 연속해서 이어보는 분들에게는 리듬을 끊는 결과를 낳은거 같았습니다. 구성상의 아쉬움과 작화할 때의 미친듯한 업무량의 폭주는 너무너무 아쉬운 바였고, 무더운 여름철 작업할 때 매일 바다만 그리고 있으니 정말 바다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작업실에서 철야만 해야 하는 상황일 때는 정말 내가 왜 이런 만화를 그렸나 싶었습니다.
Q-5. 최근 지자체들은 지역의 자연과 환경, 특산물, 축제 등을 배경으로 한 웹툰이나 캐릭터 제작을 통해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역에서의 만화, 캐릭터산업의 가능성과 성공하기 위한 방향을 말씀해주세요. 또 만화 산업의 육성을 위해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요?
- 한국에서는 전문적으로 어떤 주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대중적 스토리텔러가 많이 부족한 듯 보입니다. 실력있는 스토리작가와 극작가들은 일이 넘쳐나서 과로에 시달리지만, 그렇지 못한 작가들은 매일 생활고에 시달리죠. 저도 스토리 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하여서 여러 지인들(전문 스토리작가)에게 작업물을 검수받고 조언을 구하여 풀어내곤 했는데 전문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의 수준이 높았습니다. 지역에서 만화, 캐릭터 산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그만큼의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생산되어야 된다고 봐요. 정말 재미있는 민담이나 장소, 설화, 축제, 문화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재미있게 구성해내지 못한 부분은 기획자가 성숙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스토리텔링을 단순하게 ‘포장지’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추진주체와 지속성의 결여가 크게 마음에 걸립니다. 한가지 더 풀어본다면 목적물을 ‘특화’시키지 못하는 부분도 큽니다. 그 ‘특화시킨다’라는 개념이 아직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화, 캐릭터산업을 해야만 한다는 그 고정관념이 문제인데요. 물론 행사와 상품개발 등을 할 경우 수익을 분명하게 예측하고 진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아동콘텐츠가 주 타킷일 수밖에 없다라고들 말하지만, 오히려 완구, 행사 위주의 상품보다는 다방면의 콘텐츠를 연계구성하여서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테마를 개발하는 것이 좋은거 같습니다.
Q-6. 최근 몇몇 한국 만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콘텐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합니다. 작업하시면서 느끼는 한국 만화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한국적 만화 또는 지역적 만화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 한국만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제 느낌은 투자입니다. 두시간 안팎의 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100억, 200억도 쓰여지는 시점에 만화산업을 위해 투자되고 있는 정부예산이 1년에 100억 정도입니다. 영화 한편 만들 돈으로도 부족한 비용을 한국만화전체에 투자 중인거죠. 작가 개인에겐 만화작업을 진행하면 수익이 한권에 일이천만원도 안되는 실정이 요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에게 만화의 창작은 ‘직업’입니다. 예술혼을 불태우기에 앞서서 생활이 되어야 하죠. 즉 단행본 한권에 천만원 겨우 벌 수 있는 시점에서 숙련된 작가가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선택해야 하는 부분은 1년에 4-5권을 그려내어서 수익을 오천만원정도 내는 것입니다. 물론 그 수익중에 절반은 화실운영비와 외주인건비로 빠져나가니 정작 5권을 1년에 제작해도 작가가 벌 수 있는 돈은 이삼천만원이 전부죠. 1년에 5권이면 한 작가가 소화해야 할 만화는 총 1천 페이지입니다. 이건 어마어마한 분량입니다. (일본과 비교하면 안됩니다. 일본도 작가에게 그 정도의 작품창작을 요구하지만 기본적인 화실운영과 어시스턴트는 출판사에서 셋팅해주고 창작을 진행합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고료를 받죠). 말도 안되게 1년에 1천페이지를 그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만화가가 전업작가로 자립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라면 재능있는 작가들은 쉽게 고액의 연봉제를 제시하는 게임이나 영화, 애니 콘텐츠쪽의 비쥬얼 파트로의 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만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찌보면 희망없는 열악한 창작환경과 떠나는 재능있는 인재를 잡지못하는 것이 가장 크지 않는가 합니다. 그걸 만화판 밖에서는 재능없는 사람의 ‘자연도태’로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제가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재능있는 사람들이 더 일찍 스카웃되거나 경제적 문제로 만화를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봐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 출판사, 매체담당자, 콘텐츠 생산주체는 가장 최우선으로 ‘작가’에게 투자해야만 합니다. 작가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거나 좀 더 적은 수의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다면 현재보다 월등한 가능성과 보다 재미있는 만화를 생산해낼 수 있는 여력이 한국의 만화콘텐츠 분야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만화제국과의 일본의 경쟁을 100년 동안이나 거뜬히 버텨온 터입니다. 그 가능성이 이제 거의 소진되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좀 더 작가에게 투자해 주십시오. 실력있는 전문작가가 조금 더 적은 편수의 작품에 집중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세요.
- 한국적 만화라는 질문에 대해 제 나름의 고민은 '오히려 세계적인 만화는 그럼 무엇인가?' 입니다.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스토리 상으로는 제법 유치합니다. 오히려 스토리의 질에 비하여 월등하게 높은 비쥬얼의 질 때문에 영화를 보게 되지요. 하지만 전세계 누구나가 다 그 영화를 보면서 같은 부분에서 웃고, 같은 부분에서 놀라고, 같은 부분에서 감동합니다. 그건 꽤나 고민해봐야 할 부분인데요. 어찌보면 한국적인 것은 한국인만 즐거운 겁니다. 지역적 만화 또한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글로벌 콘텐츠로 작품을 개발하고 외국시장에 내놓아야만 ‘한국적’인 것이 증명됩니다. 한국 내에서 아무리 한국적 정서를 논해봐야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럼 글로벌 콘텐츠로서 갖추어야 할 한국적인 것이란 역시 위에서 이야기한 스토리텔링연출에서의 글로벌한 보편적 정서와 감각입니다. 한국적 콘텐츠는 여기에서 ‘재료’가 될 뿐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재미와 감동’ 이겠네요. 연예기획,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그 ‘재미와 감동’이 가장 주가 되겠지만, 만화는 거기에 한가지 더 얹어서 ‘가치’라는 것을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문학이나 회화에서 표현되는 ‘예술성’ 또한 담아넣을 수 있는 것이겠죠. 역사적 서사나 시대의 아픔, 지역문화, 자연의 가치, 등등 정보의 가치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질문에서의 ‘지역적인 만화’가 아닌가 합니다.
Q-7.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 현재 좀 더 작가로서 활동하기 위해 꾸준히 해오던 대학의 강의를 접은 상태입니다. 현산아라리가 인연이 되어서 좀 더 인지도 있는 작가가 우선 되어야겠다는 포부 아닌 포부가 생겨서랄까요? 차기작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차기작의 내용은 한의학에서도 약초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약초의 효용보다는 약초가 최초로 발견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민담과 설화로 구전되어 내려온 약초에 대한 이야기들을 수집하여서 만화로 보기 재미있게 연구 중에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연재 시작이 목표이고 꾸준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15화 이상의 분량을 선 제작한 후에 선뵈고 싶습니다만, (그래야 부담없이 연재기간 동안에도 퀄리티를 유지하겠구나 싶어서요) 아직 절반 정도 밖에 목표치를 채우진 못했습니다. 동시에 복지 정책과 관련하여서 프로듀싱하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아마도 10월중 네이버 포털의 만화 연재란에서 웹툰으로 연재될 것이고 실력있는 지인과 제자와 함께 작업하고 있느니만큼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입니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 '현산아라리' 연재는 종료되었으나, 네이버 웹툰을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바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져 처음에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흑산도의 매력을 한껏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링크(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113527&weekday=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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